바리새인들이 처음부터 자신과 타인을 율법으로 억누르려 했던 것은 아니었다. 그들은 오히려 한편으로는 헬라 문화의 공세 속에서 자신들의 신앙과 정체성을 지키려 했던 의인이었다. 교리에 정통하고 성경에 박식할 뿐만 아니라, 어떤 종교적인 사람보다 더욱 종교적이라고 평가받았다.
그리고 그들의 집단은 율법 준수와 구별된 삶, 정치 참여 등을 강조하면서 일어난 중산층 평신도 운동이었다. 썩은 종교에 항의했고, 당시 헬레니즘의 인본주의에 저항했다. 무엇보다도 그들은 세속적인 삶에 잠식당하지 않기 위해 모범적 기도생활과 구별된 삶의 실천 등으로 ‘전통의 가치’를 유지시킨 일등 공신이었다.
그런데 신약성서에 예수와 세례요한이 바리새인을 가리켜 사용했던 단어들은 ‘맹인’ ‘뱀’ ‘독사의 새끼’ ‘지옥 자식’ ‘위선자’ 등이다. 어쩌다가 순결한 삶을 추구한 바리새인들이 저같이끔찍한 호칭들을 얻게 되었나. ‘제대로 된 신앙을 해보자’라고 뭉친 신앙인들 중의 신앙인들이 신앙인으로서 어쩌다 가장 듣기 싫은 평가들을 골라듣게 되었는가.
미국 콜로라도 주 롱몬트의 갈보리교회에서 21년째 사역하고 있는 톰 허베스톨(Tom Hovestol) 목사가 아프리카 선교 중 이 바리새인의 기이한 이야기에 꽂혀 바리새인을 연구해 책 「불편한 진실, 내 안의 바리새인」(홍성사)을 펴냈다. 제목처럼 바리새인의 모습이 바로 내 안에, 교회를 다니는 자들 안에, 믿음이 좋다고 일컬어지는 자들 안에 있다는 내용이 책의 주요 내용이다.
저자 역시 바리새인처럼 엄격하고 구별된 생활을 영위하는 전통적 기독교 집안에서 자신이 아는 한 가장 철저하고 유익하게 기독교 교육을 받으면서 자랐고, 본인도 그것을 단 한번도 거부해 본 적이 없으며 오히려 그 교육을 아주 잘 따라서 선교사와 목사로 성장한 케이스다. 그는 어린시절 자신을 ‘모범 주일하교 어린이’라 표현했고 그의 성장과정 역시 바리새인들의 훈련과정과 비교해보았을 때 뒤지지 않을 정도였다. 그런데 그는 자신안에서 그리고 기독교 공동체 안에서 바리새인을 발견했다.
그의 견해 중 하나는 바리새파가 오늘날 근본주의 복음전도 운동의 전조였던 ‘종교개혁’과 두드러지게 닮았다고 평한 것이다. 그들은 초기에 ‘성경의 사람들’이라고 불렸을 만큼 성경을 바르게 해석했고 의로운 생활방식을 영위했는데, 저자는 이에 대해 “오늘날 종교적 보수주의자라면 누구든 바리새인의 이런 모습에 깊은 인상을 받았을지 모른다”라고 썼다.
특히 저자는 “성경을 대하는 바리새인의 태도가 오늘날 보수 기독교인의 태도와 일치한다”고도 분석했다. 저자를 포함한 기독교들이 그러하듯 바리새인들 역시 성경의 권위를 깊이 존중하며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하는 데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다.
이러한 바리새인들이 어쩌다가 신앙인이 배척해야 할 대상으로 변했는지 혹은 낙인찍혔는지 조금 더 자세히 보려면, 그리고 오늘날 나와 신앙공동체 안에 바리새인의 모습이 어떻게 자리잡고 있는지 보려면
「불편한 진실, 내 안의 바리새인」|홍성사|톰 허베스톨(Tom Hovestol) 저|이경미 옮김|13,000원